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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람을 왜 그릴까

신소연

사람은 사람을 왜 그릴까



그리고 싶다. 남기고 싶다. 보고 싶다. 나타내고 싶다.


아름다움을 남기기 위해 그리는가

사랑하는 사람이 보고싶어 그리는가

나를 표현하고 싶어 그리는가 


사람은 왜 사람을 그릴까



인류의 인물화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가



남아프리카 블롬보스 동굴에서 발견한 돌조각 ⓒCraig foster /Nature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 동굴벽화 ⓒAdam Brumm /Nature


 사람은 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는지 기원(紀元)에서부터 찾아본다. 약 7만 3000년 전, 사람은 돌조각에 해시태그(#)를 남겼다.1) 약 4만 년 전, 인도네시아 동굴에서는 창과 밧줄을 든 사람과 물소의 그림을 그렸다.2) 기원전 2만 년경, 생존의 염원을 담아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를 빚었다. 기원전 4000년경, 고대 이집트에서는 사후세계를 무덤 속에서 펼쳤다. 인류는 돌조각에서 오늘날의 SNS처럼 나를 표현하고자 하였고, 동굴 벽화는 기록이었으며, 비너스와 이집트 인물 벽화는 기원(祈願)이었다. 



 극적인 변화는 사람을 그리게 만든다.


 흑사병은 1000년의 신 중심인 중세를 무너뜨렸고 인간 중심의 르네상스를 열었다. 얀 판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1434), 미켈란젤로 <피에타>(1499),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1503), 라파엘로 <아테네 학당>(1511), 카라바조 <카드 사기꾼>(1594) 등 유명한 화가들의 수많은 인물 명작이 르네상스 시기에 탄생한다. 외젠 들라크루아는 프랑스혁명을 기념하기 위해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1830)을 그렸고, 오노레 도미에는 <삼등열차>(1864)와 같은 가난한 서민들의 그림으로 산업 혁명과 빈부 차이를 나타냈다. 





툴루즈 로트렉 | Henri de Toulouse-Lautrec, At the Moulin Rouge: The Dance, 1889-1890, Philadelphia Museum of Art 소장


 어릴 때 사고로 다리를 다쳐 몸이 불편했던 툴루즈 로트렉은 물랭루즈에서 춤을 추며 사는 여인들을 주로 그린다. 고흐는 고갱이 떠난 다음날 귀를 잘랐고, 이후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을 남긴다. 결핵으로 어미와 누이를 여의고 자신의 몸도 약했던 뭉크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인물들을 그렸다. 프리다 칼로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평생 고통받았던 자신을 일생 동안 자화상으로 표현한다. 


 전염병, 혁명, 질병, 죽음. 난(亂)으로 발생된 상황이던, 정치적 이념의 운동이던, 개인의 신체적 결함이나 정신적 병이던. 극적인 환경과 개인사의 변화는 사람을 그리게 만든다. 



문화가 다르면 사람을 그리는 이유도 달라질까



(왼) 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Self-portrait with Hat and Gold Chain, 1633, Louvre Museum 소장

(오) 윤두서 자화상, 1710, 고산유물전시관 소장

 

 서양의 인물화와 한국 인물화의 차이를 알아보자. 가장 큰 차이는 ‘명암’이다. 빛과 그림자의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렘브란트의 자화상과 달리 윤두서의 자화상은 오로지 선으로서 인물을 표현한다. 빛은 렘브란트의 망막에 표현되어 눈의 생기를 불어넣었다. 윤두서에게서는 볼 수 없다. 동공과 홍채를 묵(墨)으로 극명하게 대비시킬 뿐이다. 그림자는 서양에서 입체감을 완성시키는 것이었지만 본질을 중시한 동양에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그림자는 거짓인 존재였다. 또한 효(孝)와 충(忠)을 중시하고 제사를 지내는 유교 문화였던 조선은 인물화의 목적이 훌륭한 인품과 명성을 대대손손 기록하여 알리는 것으로 조상을 기리는 영정 사진이었다. 하여 정면을 응시하고 정자세의 엄숙한 표정의 인물들이 주로 그려졌다.   


 인물을 바라보는 시각과 표현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구석기 라스코 동굴 벽화가 있으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가 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벽화가 있다면, 고구려에 고분벽화가 있다. 무용총이 있고 수렵도가 있다. 프랑스 혁명을 대표하는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 있다면, 오윤과 홍성담의 민중 판화가 있다. 렘브란트의 자화상이 있고, 윤두서의 자화상이 있다.   



사람은 사람을 그린다. 


 사람은 그린다. 기록하고 남기고 기원하고, 이념과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누군가를 그리워하다, 나의 심정을 반영하고 위로하고 표출하고. 사람은 사람을 그린다. 



1) 남아프리카 블롬보스 동굴에서 발견한 돌조각은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는 안료가 포함된 붉은색 무늬가 있다. 연구팀은 인류의 그리는 행위가 훨씬 오래되었으며, 돌에 새겨진 무늬는 선사인들이 소통을 위해 표기한 기호였다고 발표하였다. (Christopher S. Henshilwood et al. 'An abstract drawing from the 73,000-year-old levels at Blombos Cave, South Africa'. Nature. vol. 562, 2018, 115–118.)

2) 호주 그리피스대학의 고고학자 맥심 오버트 교수와 연구원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동굴 벽화에서 약 4만 년 전의 사람이 동물을 사냥하는 모습을 발견하였다. (M. Aubert et al. 'Palaeolithic cave art in Borneo', Nature. vol. 564, 2018, 254-257.)


신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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